숙명전환 - 업(業)의 본질을 밝힌 숙명전환의 원리

2008. 5. 28. 16:43佛法 .SGI

오황금 권장   숙명전환은 니치렌 대성인 불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운명’이라고 하여 인간의 힘을 초월한 어떤 힘이 있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고 순응하는 것이 보통인데 반해, 니치렌 대성인 불법의 숙명론은 인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속박하는 숙명을 바꾸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먼저 숙명(宿命)이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숙명이라는 말은 ‘생명속에 자리잡고 있다’라고 풀이할 수 있는데, 무엇이 자리잡고 있는가 하면 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행위’라고 불법에서는 설하고 있습니다. 그 행위를 별도로 ‘업(業)’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숙명과 동일한 뜻으로 ‘숙업(宿業)’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최인재   자신의 모든 행위가 생명속에 자리잡고 있다면 생명속 어딘가에 업(業)의 저장창고가 있다는 말인가요? 아무리 보아도 생명속에 창고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데 말입니다.

나희망   업은 ‘생명의 경향성(傾向性)’을 표현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저장창고란 실재 형태를 갖춘 공간이 아니라 생명 전체를 감싸고 있는 무형(無形)의 장(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황금   맞습니다. 우리 마음을 9단계로 분석한 구식론(九識論)에서 8식(識)이라는 무형의 장(場) 속에 그 사람의 행위가 저장된다고 합니다. 업은 8식 내에서 잠재화한 에너지 상태로 있다가 연(緣)을 만나면 일정한 형태나 환경으로 나타납니다.

왕모범   과학에서도 어떤 행위나 일이 반복되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형태(形態)의 장(場)’이 만들어져, 이 장(場)에 공명(共鳴)하여 같은 행동이나 일이 다시 일어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늦잠자는 일이 반복되면 늦잠자는 형태의 장이 생겨 늦잠꾸러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세뿐 아니라 과거세의 행위로 만들어진 형태의 장도 현세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동물의 타고난 본능 등이 그 예라고 합니다. 이것은 유전자에 의해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형태의 장에 의해 계승된다는 것입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유전자는 동일하지만 성격에서 차이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빛   예, 저도 학교에서 파동형태학 실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원반 위에 액체나 분말, 금속가루 등을 뿌리고 일정한 진동을 주는데, 주파수가 어느 단계에 도달하면 분말은 원반 위에서 일정한 모양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나선형이나 소용돌이형, 나무모양, 육각형 등의 모양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나 일어나는 일은 파장이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합니다.

나희망   그러면 현세에 만든 형태의 장은 내세(來世)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겠군요. 현재 자신이 하는 운동을 미래에도 지속하려고 하는 관성의 법칙과 유사한 측면이 있네요.

오황금   모두 공부를 많이 하시는군요! 결국 형태의 장은 지난 3월에 배운 소리, 즉 쿄(經)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어서에 “삼세상항(三世常恒)임을 쿄(經)라고 하느니라”(어서 708쪽)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자신이 신구의(身口意)로 행한 모든 행동은 자신의 쿄(經)가 되어 8식이라는 형태로 삼세에 걸쳐 영향을 미칩니다.

왕모범   결국 업은 8식 속에서 일종의 에너지인 파장으로 존재하고 있다가 연을 만나면 형태를 띠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정말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불법개념의 선견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오황금   물론 업 에너지는 물리적 에너지와 다릅니다. 색법(色法)에도 심법(心法)에도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생명 에너지입니다. 삼세에 걸친 장대한 흐름인 업 에너지의 생명류(生命流) 자체가 8식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8식의 생명류가 한 개인의 경계를 초월하여 다른 생명의 업 에너지와 교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조(同調)하는 쿄(經)의 성향에 따른 당연한 귀결입니다.

8식이라는 생명 오저의 차원에서 업의 잠재적 에너지가 가족, 민족, 인류의 잠재적 에너지와 합류하고 나아가 동물, 식물이라는 다른 생명과 융합합니다.  

나희망   야! 정말 장대하군요. 그렇다면 한 개인의 생명 오저의 업 에너지가 악업에서 선업으로 바뀌면 다른 생명의 업 전환으로 연동하기도 하겠네요. 한 사람의 인간변혁이 가정과 사회, 국가의 숙명도 전환할 수 있다는 말이 여기에서 증명되는군요.

최인재   실제로 인도에서는 간디 한 사람이 전 인도 민중의 생명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숙업과 관련한 어서 한 구절을 배독하겠습니다.

“고산(高山)에 오르는 자는 반드시 내려오며 내가 남을 경시하면 도리어 자신이 남에게 경이(輕易)당하느니라. 형상단엄(形狀端嚴: 얼굴 모양이 단정하고 우아한 것)을 헐뜯으면 추루의 과보를 얻고 남의 의복(衣服) 음식(飮食)을 빼앗으면 반드시 아귀가 된다. (중략) 이는 통상의 인과의 정해진 법이니라.”(어서 960쪽)

오황금   니치렌 대성인은 위 어문을 통해 기성불교에서 이야기한 통상의 인과론을 말씀하십니다. 하나의 잘못된 행동으로 하나의 죄업을 받는 것이 통상의 인과이며, 이와 같이 자신의 잘못된 과거의 행동이 쌓은 죄업을 삼세에 걸쳐 모두 받아야 악업을 소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숙업이 있는 사람은 그것을 소멸하려면 일생으로는 모자라 수많은 생을 통해 숙업을 소멸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악업을 쌓지 않고 착하게 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숙명을 바꾸는 중생은 극히 드물게 됩니다.

한 빛   그러면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부처의 대원(大願)은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리고 말겠군요.

오황금   맞습니다. 그래서 니치렌 대성인은 경문을 통해 더 깊은 숙명전환의 방법을 제시하십니다. 그것이 유명한 전중경수(轉重輕受)입니다.

왕모범   ‘무거운 것을 전환하여 가볍게 받는다’라는 이 말은 열반경에 있는데, 대성인은 이에 대해 반니원경의 글을 인용하시어 “종종의 인간의 고보(苦報)를 현세에 가볍게 받음은 이는 호법(護法)의 공덕력(功德力)에 의하기 때문이니라”(어서 959쪽)라고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나희망   호법의 공덕력이란 법화경 어본존을 믿고 근행창제와 광선유포를 추진하는 활동에 면려함으로써 얻게 되는 커다란 공덕력을 말하는 것이지요.

오황금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호법이란 강하게 법화경의 적을 책망, 가책하는 절복행을 말합니다.

자신의 불계도 타인의 불계도 믿으며 포교를 실천하는 공덕을 통해 진미래제에 받아야 할 괴로움을 현세에서 가벼이 받고 숙명을 전환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최인재   구식론에서 보면 8식보다 더 깊은 곳에 흐르고 있는 제9식, 즉 우주생명의 근원을 꿰뚫는 청정한 불계의 생명을 촉발함으로써 일거에 선악의 업 에너지를 극선(極善)의 업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오황금   쉽게 말하면 어두운 밤 하늘에 떠 있는 무수한 별이 동쪽 하늘에서 아침해가 떠오르면 사라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흉중에 있는 불계의 생명이 태양과 같이 떠오르면 나를 감싸던 무수한 죄업의 별빛이 사라집니다.

그러나 만일 신심이 약해져 자기 생명의 기저부가 범부로 돌아가면 태양이 서쪽 지평선으로 지는 것과 같게 되어, 다시 통상의 인과에 따른 육도윤회의 인생을 걷게 됩니다.

한 빛   태양이 지면 낮에 보이지 않던 별이 다시 나타나듯이, 본래 자신에게 있던 숙명대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결국 전중경수란 태양이 떠오른 낮에는 별빛이 있어도 보이지 않듯이, 불계를 용현하여 내 생명력이 강해지면 힘들게 느껴졌던 숙명도 가볍게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느껴진다는 말이군요.

오황금   그런 측면도 있지만, 전중경수는 말 그대로 무거운 숙명의 파장이 광선유포를 위한 분투로 약해진다는 말입니다.

교통사고로 죽어야 할 숙명이 있는 사람이 묘법을 홍통한 공덕으로 가벼운 상처만 입은 체험담도 많이 있습니다.

왕모범   전에 들었던 이케다 선생님의 지도가 생각납니다.

“최고의 숙명전환이란 범부가 부처가 되는 것이다. 즉 인간변혁하는 것이다. 결국은 자기 생명의 기저부를 바꾸는 싸움이 불도수행이고 그것에 승리해야 숙명전환이 가능하다.”

오황금   그렇습니다. 숙명에 허덕이며 자신의 주된 생명의 파장이 지옥계인 사람은 기저부가 지옥계인 사람이지요. 그 생명의 파장을 없애려면 그것과 반대되는 파장의 소리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계(佛界)의 파장입니다.

생명의 본원에서 분출하는 부처의 생명을 자신의 생명에서 끄집어냈을 때, 그때까지 악업으로 물들어 있는 생명의 방향성이 근본적으로 타개됩니다.

나희망   몇 년 전에 일본의 어느 대학연구소가 소리로 소리를 지우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전화기 주위만 조용하게 만드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지요.

그 방법은 소음에 대해 그것을 지우는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어떤 소리의 파장을 조사하여 그것을 뒤집은 반대의 파장을 지닌 소리를 스피커에서 흘려보냄으로써, 어떤 지점에서 완벽하게 소리를 지울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재 자동차 엔진소음을 줄이는 데 실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왕모범   정말 신기하군요. 결국 불법은 승부(勝負), 부처란 끊임없이 분투하는 사람의 이명(異名)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오탁악세(五濁惡世)라는 말법 시대의 거센 조류와 과거세의 방법죄장(謗法罪障)에 따른 지옥계의 파장을 없애기 위해 불계의 파장을 일으키는 일을 잠시라도 멈출 수가 없는 것이군요.

오황금   그렇습니다. 그래서 숙명전환의 길은 종착점이 없습니다. 삼세 영원히 ‘불계의 생사(生死)’를 하는 것이야말로 숙명전환의 인생입니다.

영원히 중생을 구제하는, 인간으로서 최고로 숭고한 광선유포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법화경에 있는 ‘중생소유락(衆生所有樂)’의 인생입니다. 그것이 지용의 보살의 인생입니다.

최인재   SGI회원이 바로 이런 인생을 살고 있군요. 우리 SGI회원들은 온갖 어려움에 맞서 숙명에 우는 불행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생명의 마성을 타파하는 장절한 싸움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인생을 걸어가는 SGI회원인 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