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인재중용 리더십

2008. 1. 14. 09:33지식방

조조의 인재중용 리더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삼국지(三國志)>보다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익숙해져 있어 유비를 인자한 리더의 대명서로, 그리고 조조를 교활하고 잔악한 인물의 상징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소설속의 조조와 역사 속의 조조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하며, 그가 중국 역사상 이룩한 공적에 대해서도 묵과해서는 안된다. 조조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가 호방한 기개의 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문학에도 소질이 많았는데, 그의 <觀滄海(관창해)>와 <短歌行(단가행)> 등을 살펴보면 그가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 보려고 했던 영웅적 기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조조는 사소한 일에는 구애받지 않고 큰 일을 처리하는 대범한 인물이었다. 그는 일을 처리할 때는 엄숙하면서도 진지하였지만, 평상시에는 소탈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서기 200년, 관도전투에서 원소를 물리친 후 그의 부하와 원소가 내통한 편지를 발견하였다. 그때 다른 모든 사람들은 내통한 자들을 색출하여 죽여야 한다고 했지만, 조조는 당시에 원소의 세력이 워낙 강대하여 나도 두려웠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느냐며 그 편지를 모두 불태워버리며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또한 곽가의 건의로 오환을 정벌하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환정벌에 반대했으나, 결국 조조는 그 반대를 무릅쓰고 정벌을 감행해 대승을 일궈냈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조조는 당시 오환 출정 반대했던 사람들을 물색하여 자리에 모이게 했다. 다들 영문을 몰라 두려워하고 있을 조조는 그들을 향해, 여러분들의 반대와 충고로 만전의 계획을 세운 덕분에 승리를 거둘 있었다며 오히려 그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는 면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마저도 포용하고 격려하는 자세는 역사를 통틀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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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리더로서 조조의 역량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인재를 등용하고 이를 활용하는 용인술을 그 첫번째로 들 수 있다. 조조는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재능 있는 자를 적재적소에 등용하였으며, 상벌을 분명히 하고 언로를 개방하여 인재를 불러 모았다. 따라서 그의 주변에는 항상 뛰어난 인재들로 넘쳐났는데, 적군의 명장과 모신들까지도 그들의 주인을 버리고 조조에게 투항해온 사람 역시 적지 않았다. 조조의 책사(策士)로 유명한 순욱은 원래 원소 밑에서 일하다 그의 인물됨에 실망하여 조조에게로 넘어온 대표적인 경우이다. 이때 조조는 순욱이 자신에게 찾아오자 맨말로 뛰어나가면서 , 나의 장자방(장량) 이제야 나를 찾아 왔구려라고 하면서 크나큰 기쁨을 나타냈었다. 그리고 거짓편지 사건으로 유비진영에 있던 서서를 허도로 투항시킨 정욱도 순욱이 추천하여 조조에게 합류한 인물이며,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피눈믈을 흘리며 일찍 죽은 그의 존재를 아쉬워했던 곽가 역시 같은 고향 사람인 정욱이 추천한 인물이었고, 순욱보다 나이는 6살이 많지만 순욱의 조카뻘에 해당하는 순유 역시 이런 식으로 조조 곁으로 모인 인재들이었다.

 

서주성 전투에서 패한 관우가 조조에게 포로로 잡혀있다 통행증도 없이 다섯 관문을 지나가면서 조조의 여섯 장수를 죽이며 오관참육장(五關斬六將)을 벌일 때, 주변 인물들이 모두 관우를 죽이라고 했지만 조조는 관우의 의리와 용맹에 매료되어 그를 살려 보내준다. 그리고 장판파 전투에서 유비의 젊은 장수 조운(조자룡)이 죽음을 무릅쓰고 유비의 부인인 감부인과 미부인, 그리고 세 살된 어린 아들 아두(유선)를 구하려고 단기필마로 조조진영에 뛰어들어 고군분투할 때, 이 모습을 산위에서 바라보다 조운에게 매료된 조조는 조운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모든 군사들에게 화살촉을 제거한 화살을 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조조의 이러한 인재에 대한 욕심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인 진림도 원래는 원소의 문인으로 일찍이 원소를 대신하여 조조 토벌의 격문을 써서 조조의 조상 3대를 능멸하기도 했지만, 원소가 패하고 조조의 포로가 된 후, 조조는 그의 옛 과오를 용서하고 그를 중용했다. 이처럼 조조의 리더십의 근원은 唯才是擧(유재시거;능력만이 추천의 기준이다)로 대변되는 인재 최우선 정책과 신상필벌의 원칙, 청렴성, 그리고 스스로 시를 지으며 문학을 장려하고 아낀 文治(문치)정책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리더십은 93명이나 되는 Think Tank에 의해 발휘되었다. 그 핵심인물이 바로 순욱, 순유, 곽가, 정욱, 종요, 가후, 동소, 유엽, 장제 등 9명이었고, 그 이외에 화흠. 왕랑, 모개, 하기, 서혁, 진군, 조엄, 사마랑, 양무 등이 2급 참모로 활동했었다. 조조는 관리를 임명할 때도 그 재능과 학식을 중시했는데 사위를 선택할 때도 이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조에게는 미모가 뛰어난 딸이 있었는데 수 많은 왕손과 제후들이 청혼을 해 왔지만 조조는 전부 거절했다. 하지만 그 후 얼마지나지 않아 글 공부를 많이하여 학식도 높고 재능도 많으나 외모가 추하고 한쪽 눈이 먼 애꾸라는 이유 때문에 주변에 배척당하고 있는 丁儀(정의)라는 젊은이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고 자신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아들 조비 조조를 말렸지만 오히려 조조는, 인재를 등용할 때는 재능이 있는 사람을 천거해야 하고, 사위를 얻을 때도 재능과 덕망을 겸비한 인물을 구해야 한다. 丁儀는 학문이 깊고 재능이 있는 이상 외모를 따질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라고 말하며 조비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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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욱>

 

또한 조조는 병가, 법가, 유가, 도가 등 모든 제자의 사상에 정통했는데, <孫子>13편에 주석을 달고 수십만 자에 달하는 병서를 짓기도 했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孫子>는 조조가 해석을 하고 주를 단 <孫子>이다. 후한 말 약 100년 간 지속되었던 풍운의 시대에 수 많은 인걸들이 명멸해 갔지만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 중에 조조만큼 국가와 사회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도 드물것이다. 아니, 그시대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를 통틀어 분명한 목표의식을 기반으로 한 호방함과 인재양성에 대한 식견은 그 누구도 조조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비록 조조는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을 살상하는 과오는 범했지만, 영웅적인 기개로 전쟁을 거듭하여 할거세력을 평정하고 난세를 바로잡았으며, 역사적 조류에 순응하여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많이 시행했었다.

 

조조는 비록 잔혹했지만 포악하지는 않았고, 냉혹했지만 그렇다고 무정하지도 않았다. 조조는 능력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항상 주변 사람들의 경계의 대상이 되었었다. 그는 스스로 황제라 칭하지도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漢나라를 찬탈한 도적이라 욕했지만, 유비와 손권은 당당하게 황제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황위를 찬탈했다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조조는 항상 부하들을 대할 때 [笑語(소어; 웃는 얼굴과  말투로)], [豁達(활달; 생기있고 활기 넘치게 응대하며)], [廳受(청수; 다른 사람들의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임)]의 이 세 가지를 몸소 실천했다고 한다. 훗날 소동파는 제갈량과 조조를 비교하면서, 제갈량은 병법과 영토, 전쟁 등 모든 부문에 있어서 조조에게 미치지 못했지만, 하나 일편단심의 지극한 충신이었다는 점에서 조조보다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순환적 사고체계가지고 있는 유교사상에 입각한 동양적 인물평가 시스템에서 기인한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사람이 가진 재능과 공적보다는 인의와 충효를 더 중시하며, 비록 그 사람이 재능과 학식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덕망과 인의가 높은 사람을 선호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동양적 접근법이 어쩌면 오늘날 역량중심의 인재육성 시스템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 중 하나라고 한다면 이는 지나친 억측일까?

 

동서고금을 통틀어 인재를 바로 볼 줄 알고, 적소에 배치 할 줄 알며, 능력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작은 허물을 용서하고 장점을 극대화 시키는 능력, 그래서 조직을 향한 부하들의 끝없는 충성심을 유발토록 했던 리더에 대해 논한다면 단연 조조가 그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강관수/한국조직관리연구소/www.seri.org/forum/hrdh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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