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자신감이 ‘말짱’ 만든다!

2008. 6. 26. 09:45지식방

배려와 자신감이 ‘말짱’ 만든다!
청산유수처럼 말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이 모두 청산유수처럼 말하지만은 않는다. 똑 떨어지는 매끄러운 화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아나운서면 충분하다. 자기의 특징을 살려서 말하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달변은 아니지만 마음 깊은 어느 한 군데를 뚝 건드리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아, 저 사람 말을 참 잘하는 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대화전문가들은 ‘배려’와 ‘자신감’이 말 잘하기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입을 모은다. 말을 들을 상대와 말을 하는 나에게 성실하게 집중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을 소외시키지 않는 말하기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끄럽게 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들을 두고 엄마가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 하는 게 옳다고 했지?”라며 혼자 우아하게 교양 있는 말을 늘어놓으면 주변 사람들은 더 짜증난다. 동사무소에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온 허름한 차림새의 노인이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창구직원에게 어렵사리 말을 거는데, “할아버지, 차례를 지키셔야죠. 번호표부터 뽑으세요” 하고 퉁명스럽게 원칙적인 말만 하며 그 노인의 말을 자른다면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화가 난다.

엘리베이터 엄마나 동사무소 창구직원이나 모두 억울할지 모른다. 화를 낸 것도 아니고 자기의 위치에서 가장 최선의 말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말하기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힘들다. 원칙이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듣는 사람을 소외시키고 자기 혼자만 만족하는 말하기이기 때문이다.

텔레마케터나 카드사 직원들이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로 “네, 네, 고객님, 안녕하세요” 하고 말하는 것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거나 때때로 기분이 나빠지기도 하는 시대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눈에 튀는 차림으로 도우미가 손을 흔들며 기계적인 동작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진심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과장이 커뮤니케이션의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지나친 오버 혹은 지나친 원리원칙은 둘 다 타인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거리가 크다.

이해와 공감을 얻는 말하기는 듣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 저녁 내내 할 말이 있어서 남편을 기다린 아내에게 일언지하에 “나 피곤해, 내일 말해” 하고 말한다면 아내는 화난다. 배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피곤한 상태임을 아내가 알아주기 원한다면 “무슨 일 때문에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다. 내일 얘기하면 안 될까?”하고만 말해줘도 충분히 아내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적절한 질문, 감사의 표현, 가르쳐달라는 요청은 상대를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대화를 매끄럽게 하는 지름길이다.


 

최대의 배려는 눈높이 맞추기
하지만 입장을 바꾸어 상대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는 최상의 배려다. 최근 전문가 집단이 달라지는 움직임을 보면 타인을 배려하는 말하기가 커뮤니케이션의 최상급임을 재확인할 수 있다. 요즘 의료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의사들의 환자 응대가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권위적이고 전문적인 설명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나 상세한 설명이 없이 무뚝뚝하고 고압적이었는데 요즘은 환자나 보호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의사들이 크게 늘었다. 고압적인 말투로 권위적인 법조계의 전문가들도 아나운서에게 편안하게 눈높이 맞춰 말하기를 배운다.

전문 용어, 업계 용어, 생략어 등을 사용하여 대화할 때는 서로가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방문객과 이야기할 때는 특히 이 점을 신경 써야한다. 사내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외래어는 아주 일반화되어 있는 것 이외는 가급적이면 쓰지 않도록 한다. 외래어를 남발하거나 적절하지 않은 외래어의 사용은 오히려 그 사람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이야기는 상대방이 알아듣기 쉽게 전하는 것이 원칙이며, 어려운 용어는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

가장 말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쓰는 쉽고 평범한 말에 핵심을 담아 말하는 것이며, 가장 글 잘 쓰는 사람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읽기 쉬워 모두 이해하는 글이다. 평소 생각한 바를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할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멋지게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현란한 미사여구와 현학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말하는 것이 곧 감동을 주는 말하기라는 점을 잊지 말자.


 

잘못은 깨끗하게 인정해야 이후 더 당당하다
말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의 오류 중 하나는 말하는 자신에게 도취되어 듣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불쾌한지 지루한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지도 못한다. 그래서 듣는 사람이 종종 반론을 제기하면 불쾌해져서 자신이 틀린 것을 알고도 자존심 때문에 온갖 핑계를 대거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는 않는가.

특히 직장 내 권위적인 상사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자신의 주요업무 중 생각보다 약한 부분을 들켜 다른 직원들에게 들켰을 때, 미안하기도 하지만 혹시 자신을 얕보지나 않을까 싶어서 더욱 뻣뻣하고 권위적으로 대할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은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신처럼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다만 잘못이나 실수를 했을 경우 그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괜히 자신의 그런 모습을 감추고 싶어서 권위적으로 나오면 결국 다른 사람들의 뒷담화나 깔보는 마음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상사는 부하에게 공공연한 잘못을 숨기려고 할 때 권위를 잃는다. 최대한 부하직원 앞에서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부득이하게
잘못을 했을 경우가 생긴다면 분명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넘어가야 존경받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할 때 찜찜하지 않다. 다른 사람이 눈치 못 챘을 거라고 나름대로 위로해도 자신 마음 안에 꺼림칙하게 무언가 남아 있으면 그 이후에 자신감을 잃기 쉽다. 자기 스스로 당당해야 대화에도 자신감이 생긴다.


 

전미옥 / CMI연구소 대표, jeon@mycm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