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증 약으로 치료되나 - 박남철(부산의대 비뇨기과교수)

2008. 6. 23. 11:30지식방

조루증은 7세기 인도의 성경전인 카마수트라에 처음 기록되어 있으며, 17세기 중국 의학책에도 콩팥이 약하여 생기는 병으로의 언급된 것이 보인다. 그러나 조루증은 남성에서 흔한 성기능 장애중의 하나이지만 신체 및 정신적 만족도나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은 발기부전이나 성욕저하에 비하여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들 질환들 보다 세간의 관심은 낮은 편이었다. 이러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명의 증가와 함께 성생활의 질까지도 생각하면서 조루증 치료에 대한 의학적 관심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조루증은 발병 시기 별로는 중년이후의 남성에서 발기부전과 동반된 경우와 젊은 층에서 발기나 성욕과는 무관하게 사정 조절이 안 되는 경우로 나누어지며, 발병 원인으로는 심리적인 원인이나 신체적인 원인으로 나누어지며, 특히 신체적 원인의 병변으로는 대뇌에 있는 사정 중추의 조절장애나 음경감각이 과민하여 생기는 것이 있다. 

현재 조루증 치료 약물은 크게 국소도포제, 경구용 약제 및 주사제 3가지가 있다. 이중에서 경구용 약물이 가장 흔히 사용되며, 여기에는 항우울제나 수면제 같은 중추신경계 작용 약물을 비롯하여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심지어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알파차단제도 조루증 치료에 이용된다.

국소도포제는 조루증이 음경과민에 의하여 발생한다는 병인에 근거한 치료법으로 국소마취제를 주성분으로 이용한다. 주로 마취제가 포함된 혼합물질을 귀두나 음경피부에 도포하여 일정시간이 지나면 진통, 진정, 국소 마취 및 국소 혈액 순환 촉진으로 인하여 음경 귀두 부의 감각을 둔화시켜 사정 중추의 흥분 상태를 진정시킴으로써 사정 지연 효과를 나타낸다. 현재 국내에는 9.6% lidocaine이 포함된 제제가 겔, 크림 빛 분무제 등 다양한 제형으로 조루증 치료제 혹은 국소마취용으로 상품화되어 시판되고 있고, 대부분이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국내 신약으로는 인삼, 당귀, 육종용, 사상자, 산초, 계피, 세신, 정향, 섬수 등 9가지 생약성분을 포함한 SS크림이 개발 시판된 바 있다. 국소도포제는 보통 성교 5-15분 전에 귀두부에 도포한다. 음경에 남아있는 약물이 제거되지 않으면 음핵이나 질이 마취되어 여성의 성감각을 억제할 수 있으므로 삽입 전에 음경을 세척하여 마취성분을 제거해야 한다.

조루증의 경구용 약물요법은 1973년에 항우울제가 사정 지연 효과를 가지는 것이 확인됨으로써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약물을 이용한 새로운 조루증 치료법의 개발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 조루증 치료에 사용되는 항우울제는 처음부터 조루증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약제가 아니라 우울증 환자에서 항우울제 투여 중 부작용으로 사정시간 지연 효과가 나타남으로써 조루증 치료제로 전용된 약물이다. 최근 반감기가 2시간 이내 성교 직전에 투여 가능한 조루증 전용의 단기 작용제가 개발 중에 있으며 향후 조루증 치료에 큰 지평을 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비아그라와 같은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도 조루증 치료에 이용된다.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는 조루증 자체보다는 동반된 발기부전을 치료함으로써 조루증 치료효과를 동시에 얻거나, 발기능 자체를 높임으로써 일차 사정 후에도 발기를 유지시키거나 2차 성교가 가능한 발기를 유발시킴으로써, 혹은 발기부전으로 인한 불안감을 없애 주는 효과로 인해 조루증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사요법으로는 발기부전 치료법의 하나인 음경해면체내 주사요법도 조루증 치료에 시도된다. 이 치료법 역시 실제로는 조루증은 지속되지만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와 같이 단지 사정 후 발기상태가 지속됨으로써 성교가 가능한 것으로, 다른 치료방법이 모두 실패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존의 조루증 치료 약제가 치료 중단 후 약 90%에서 재발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경부조직 성형에 이용되어 온 하이알우로닉산 겔 제제를 귀두부 피하 조직 내에 주사하여 감각신경의 촉각을 둔화시켜 조루증 치료와 함께 귀두 확대 효과를 동시에 얻고자 하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 또한 다른 치료방법이 모두 실패한 제한된 환자를 대상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보편적 사용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조루증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성기능장애로서 조루증의 선택적 치료 방법은 정신행동치료나 외과적 치료보다는 약물요법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중년이후의 남성이 조루증을 호소하는 경우 조루증 치료에 앞서 발기부전과 같은 다른 성기능 장애나 남성갱년기증후군이 동반 여부를, 젊은 층에서는 전립선염이나 기타 감각신경과민을 유발하는 질환 등을 먼저 조사하여야 한다. 따라서 복합성 조루증 환자에서 조루증 치료 약물만을 투여하는 경우 발기능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향후 조루증에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약제의 개발은 1998년 경구용 발기부전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우리에게 주었던 그 이상의 충격과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시판중인 국소도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