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타 주식형 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가 있다고 치자. 이 운용사가 다른 주식형 펀드까지 잘 굴리고 있는 걸까. 혹시 1~2개 스타 펀드만 광고하고 있지만 정작 나머지 대다수 펀드는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투자자들 의문에 답하기 위해 만든 게 바로 펀드 성과 공시 국제기준인 GIPS(깁스)다. 깁스는 운용 전략이 동일한 펀드를 하나의 자산군(콤퍼짓)으로 묶어 콤퍼짓 성과를 5년 이상 측정해 공표하도록 한다.
한마디로 개별 스타 펀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운용하는 펀드 내공을 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투자업계 '큰손' 국민연금이 자금을 맡길 기금 운용자를 뽑을 때 깁스 운용 성과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운용업계 도입이 가속화했다. 깁스는 기본적으로 기관들이 자산운용사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역시 어떤 운용사가 어떤 종류의 펀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가 살펴보는 '보조 투자지표'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자산운용사 운용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펀드 투자자들이라면 적극적으로 깁스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 깁스가 뭐지?
= 시장에서 사과를 파는 상인이 있다. 사과장수가 싱싱한 사과만 골라 상자 위에 쌓아두고 밑바닥에는 썩은 사과를 대거 깔아놨다면 소비자는 그 상자에 담겨 있는 사과가 전부 싱싱한 것이라고 착각할 위험이 있다.
썩은 사과를 섞어 판다는 것은 도매상에서 불량 사과를 공급받든가 혹은 사과장수 양심이 불량하다는 얘기가 된다. 어찌 됐든 소비자 신뢰는 점점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시장조합이 모든 사과상자를 투명 상자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밑바닥에 불량 사과가 깔린 곳을 피해 양심 가게에서 싱싱한 사과를 고를 수 있게 됐다. 깁스도 마찬가지다. 투명한 사과상자를 갖다 놓은 가게가 바로 깁스를 도입한 운용사라고 생각하면 된다. 광고에서 본 싱싱한 사과(스타 펀드) 몇 개만 보고 운용사를 고르지 말고 전체 사과상자를 보고 운용사 능력을 점검해 보자는 뜻이다. 깁스를 도입한 운용사는 몇몇 수익률이 좋은 펀드만으로 성과를 포장할 수 없다. 비슷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유형별로 묶어(콤퍼짓) 이를 통해 운용사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칭기스칸펀드' 등 주식에 70% 이상 투자하는 자사 펀드 33개 수익률을 자산 가중 평균해 '순수주식형' 콤퍼짓 수익률을 산출한다.
중소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는 '중소주식형' 콤퍼짓으로, 배당지수를 벤치마크로 하는 펀드는 '배당주식형' 콤퍼짓으로 묶이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각 콤퍼짓 수익률을 보고 어떤 운용사가 어떤 유형의 펀드에서 강한지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