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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돌아가는 길/박노해

혜광리 2010. 1. 13. 10:22

 

 

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