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광리 2009. 4. 17. 16:21

 

 

 

      국화 옆에서-(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